Prologue
돈은 우리 생활의 상당 부분을 지배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금융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는다.
OECD가 실시한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16~65세 대상) <바로가기>에서 대한민국의 문맹률은 0%에 가깝지만, 문해력으로 따지는 실질 문맹률은 75%에 육박한다는 충격적인 보고가 있다. 즉, 우리나라 국민의 75%는 "읽을 수는 있지만 뜻을 모르는" 실질 문맹이라는 뜻이다.
실질 문맹은 금융에 오면 더 심각해진다. 국한문 혼용의 언문이치와 영어권 표현이 혼재되었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으로 페이스북에는 하루 4페타 바이트(100 기가 바이트 하드디스크 4만 개 분량)의 새로운 정보가 쏟아졌다.
해당 정보의 정확성과 진위여부도 문제지만 단편적인 "잡지식"일 뿐, "체계화된 지식"으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토대가 될 수 있는 기본 소양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목차
1. 간접교환의 시작: 물품화폐
유형 | 내용 |
직접교환 | 필요한 물건을 직접 주고받는 물물교환 |
간접교환 | 물품화폐를 이용한 교환 |
직접교환의 경우 교환 물건에 대해 서로 필요성이 맞는 상대를 찾아야 하는 상당한 노력이 요구되지만, 간접교환의 매개체는 "모두가 기꺼이 교환에 응하게 하는 " 물건이므로 거래 비용(transaction cost)은 획기적으로 감소한다.
인류의 경제활동에 있어서 거래 비용의 감소는 주요한 목표 중 하나다.
화폐경제 역시 이러한 거래비용이 감소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물품화폐(commodity money)를 교환의 매개체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4만 년 전으로 추정되며 주로 소금, 조개껍데기, 쌀 등이었다.
로널드 코스(Ronald Coase) <바로가기>는 거래 비용을 탐색 비용, 계약 비용, 조정 비용으로 세분해서 설명했고, 개인 간의 거래보다 단체를 통한 거래가 거래 비용을 더욱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이것이 조직 구성의 원인이라고 주장하였다.
금속 물품화폐의 등장
물품화폐는 규격이 일정하지 않고, 소금은 물에 녹으며, 조개껍데기는 쉽게 부서져 보관이 용이하지 않았다. 또한, 같은 소금이라도 품질이 조금씩 다를 수 있어 가치가 변동되기도 하였다.
기원전 5,000년경 이를 개선하고자 주로 금속을 이용해서 물품화폐로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금속 물품화폐는 매번 무게를 측정한 다음 교환 가치를 판단하였으며, 불순물이 어느 정도 섞여 있는지 판단하는 것 역시 또 다른 골칫거리였다.
아르키메데스(Archimedes)<바로가기>의 유레카(Eureka)
금덩어리의 경우 무게가 동일하다고 하여 순금 여부를 파악할 수 없었다. 서로의 부피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르키메데스는 휴식 중 욕조에서 방법을 찾아냈다.
모든 물체는 물에 들어가는 순간 자신의 밀도만큼 물을 밀어내므로, 측정할 물체를 물에 담근 후 넘쳐 흐른 물의 양을 비교하는 것이었다.
2. 화폐의 규격화: 주화의 등장
물품화폐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기원전 700년경 리디아에서 주화가 등장하다.
주화란 주조화폐의 줄인말로, 금속 등을 녹인 뒤 정해진 틀에 부어서 만든 화폐라는 뜻이다. 즉,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고정된 틀에 맞춰 항상 일정한 무게와 성분 그리고 형태를 갖추도록 제조한 화폐인 것이다.
주화를 제조할 수 있는 권한은 국가나 최고 지배계층들이 독점했다. 지배계층들은 주화를 만들 때 신청인이 제출한 원재료의 일부, 예컨대 금덩어리의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떼고 나머지만을 녹여 주화로 제조하여 돌려주었다.
훗날, 이 차액은 "시뇨리지(seigniorage)"<바로가기>라고 불렸다.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
"Bad Money will drive good money out of circulation"
악화(나쁜 돈)는 양화(착한 동)를 구축한다(쫓아낸다).
정확히 어떤 뜻일까? 다음의 사례를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한국은행법 제53조 2항(주화의 훼손 금지) 누구든지 한국은행의 허가 없이 영리를 목적으로 주화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융해, 분쇄, 압착 또는 그 밖의 방법으로 훼손해서는 아니 된다. 이를 위반하여 주화를 훼손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006년 이전의 10원짜리 동전은 구리 65%, 아연 35%를 합금해 만들었는데, 국제 구리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자 10원 동전에 함유된 구리의 가치가 10원을 뛰어넘게 됐다. 이에 일부에서는 10원 동전을 녹여 구리를 추출해서 더 큰 이익을 챙기는 일까지 발생했다. 향후 10원 동전의 구리 함유량을 48%까지 낮추게 되었다.
이러한 사유로 주화의 훼손 금지에 관한 법 조항이 신설된 것이었다.
- 악화(나쁜 돈): 구리 함량이 높은 10원 동전(구리 65%)
- 양화(좋은 돈): 구리 함량이 낮은 10원 동전(구리 48%)
3. 금화의 시대
화폐 역사의 중심에는 단연 금이 있다. 기원전 700여 년경 금을 돈으로 사용했고, 주화에 다양한 금속들이 이용됐음에도 불구하고 그중 가치를 가장 인정받았던 것은 지금까지도 이어져오는 금이라 할 수 있다.
금은 채굴량의 제한이라는 자연이 인간에 준 여러 제약과 함께 빛나는 물체를 대하는 공통적인 감정으로 인하여,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인류 보편적으로 "가치가 있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것이다.
금과 같은 귀금속의 가장 큰 단점은 보관과 운반에 있다. 도난당할 위험성과 무게감 때문에 대량으로 운반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은행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으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원자 번호 79번인 금의 원소 기호 Au는 "빛난다"라는 의미의 히브리어에서 온 것이며, 런던대학교 화학과 안드레아 셀라(Andrea Sella) 교수는 2013년 BBC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원자 구조 중 금이 화폐로서 가장 이상적"이라고 주장하였다.
※ 화폐의 공통 속성
- 교환의 매개수단
: 범용적 매개수단이어야 하며, 국가에서 법으로 그 유통을 강제한다. - 가치 척도의 기능
:수천 년간 사람이 보편적으로 가치를 인정하는 물품으로 금을 찾아냈다. - 가치 저장의 기능
: 가치의 불변성이 포함된다. 현재 쌀 한 가마니를 살 수 있는 가치의 물건은 향후에도 쌀 한 가마니를 살 수 있어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은행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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