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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제주 4.3 사건: 불신과 갈등에서 상생과 발전으로

by y2ryang 2025.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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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4·3 사건은 1948년 4월 3일부터 1954년까지 약 7년에 걸쳐 발생한 국가 공권력에 의한 대규모 민간인 희생 사건으로, 단순한 지역적 비극을 넘어 한국 현대사의 구조적 폭력과 이념 갈등을 함축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본 연구는 4·3 사건이 제주도 공동체에 끼친 장기적인 사회적 영향을 분석하고, 이후 공동체가 불신과 분열을 극복하며 구축해 온 ‘안전’과 ‘회복력’의 구조를 탐구하고자 한다.


제주 4.3 사건에 관한 이미지

 

목차

1. 서론

2. 4.3 사건의 사회적 영향

3. 회복의 과정: 말하기에서 제도화까지

4. 결론: 상생과 발전을 위한 조건

 

1. 서론


    공동체 회복력(resilience)은 재난이나 폭력과 같은 외상적 사건 이후, 공동체가 기능을 회복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본 연구는 심리사회적 회복(resocialization), 집합기억(collective memory), 그리고 갈등 전환(conflict transformation)의 관점을 바탕으로 4·3 이후 제주 사회의 회복 과정을 분석한다.

 

    4·3사건은 마을공동체의 소멸, 붕괴에 큰 영향을 미친 불행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조사연구 결과, 주민들이 기억하는 4·3 사건은 정치적 또는 사회운동론적 성격 규정 이전에 ‘양민학살’이라는 기억이 제일 먼저 떠오르고 있었다. 특히 4·3 사건을 직접 겪으면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100%가 ‘양민학살’이었다고 기억하는 상태였다. 그런 만큼 4·3 사건이 종료된 이후에도 4,3에 대한 기억은 ‘고통’과 ‘공포’로 점철되어 있었다.

 

    4·3사건 이후 공동체 구성원들 간에는 원한관계 등 복잡한 관계들이 형성되면서 주민들 간에 갈등도 나타났다. 경찰과 행정관청 곧 공공기관에 대한 믿음은 추락했고 4·3 사건을 직접 겪은 피해 주민들의 불신은 매우 높았다. 이러한 상태들은 공동체 소속감을 약화시켰고 공동체의 발전을 저해하였다. 그러나 마을공동체는 사건 종결 후 붕괴를 딛고 다시 재건과 발전을 동시에 이루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공동체의 물질적 자원을 확보하기 전에 주민들이 서로 합심하여 마을 발전을 이루려는 의지와 구성원들 간의 믿음이 먼저 요구되었다.

 

    4·3사건 이후 마을사람들 사이에 내재한 갈등을 해결하고 극복하려는 의지와 문제해결 의지가 강했고, 20여 년 후부터 지역 내에서 상처를 회복하고 발전을 이루었다. 4·3 이후 공동체의 안전확보와 회복노력은 4·3 사건의 참혹함에 저항하기 위한 공동체적 연대의 결과이며, 4·3 사건의 경험과 기억들은 공동체 내부의 응집력을 강화했고, 마을발전의 의지적 태도 형성에 영향을 주면서 공동체 발전의 원천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2. 4.3사건의 사회적 영향


(1) 공동체 붕괴와 내부 불신
      

     4·3 사건은 단일한 외부 폭력이 아닌, 이념 갈등과 국가의 무차별적인 진압 속에서 발생한 복합적 내전 형태의 비극이었다.

  • 마을 단위의 분열
    같은 마을 주민 간에도 "토벌대 협조자 vs 토벌 대상자"로 구분되며 내부 고발, 의심, 배신이 반복되었고 이는 공동체 신뢰의 붕괴로 이어졌다.
  • 가족 내부의 단절
    아버지는 경찰, 아들은 좌익 계열인 경우도 많아 가족 간 이념 갈등이 실제로 분리와 해체를 초래했다.
  • '침묵의 규범' 형성
    ‘말하면 죽는다’는 공포가 공유되며, 침묵과 회피는 공동체의 정서적 폐쇄성을 만들었다.

(2) '빨갱이' 낙인과 세대 간 사회적 배제

  • 유족에 대한 차별
    피해자뿐 아니라 그 자녀, 친척도 장기간 입학, 취업, 공직 진출 등에서 불이익을 받았다.
  • 비공식 감시 사회
    유족은 주민등록 관리나 경찰서 내 정보 보고 대상이 되어 **‘문제 가문’**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았다.
  • 낙인의 세습화
    이러한 사회적 배제는 세대를 거쳐 누적되는 사회적 낙인 구조를 만들었고, 이는 지역의 경제적, 문화적 발전에도 장애로 작용했다.

(3) 지역 발전의 저해와 낙후

  • 사회적 낙인으로 인한 소외
    4·3으로 낙인 찍힌 지역은 행정, 교육, 복지 등에서 정책적 관심에서 배제되었다.
  • 관광 및 개발 회피 현상
    4·3 관련 유적지, 학살터, 마을 등은 불길한 장소로 인식되며 개발이 지연되었고, 지역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 이동의 제한
    유족이나 피해자 가정은 사회적 이동(mobility)이 막혀 경제적 격차가 확대되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4) 국가에 대한 신뢰 붕괴와 민주주의 인식 저하

  • 공권력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4·3 당시 경찰, 군, 서북청년단 등의 잔혹한 진압 경험은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인식을 심었다.
  • 법과 정의에 대한 회의
    가해자는 처벌받지 않고 피해자는 숨어 살아야 했던 현실은 정의와 법치에 대한 기본적 신뢰를 무너뜨렸다.
  • 정치적 무관심 또는 냉소
    이런 경험은 제주도민 전체에게 정치 참여에 대한 회의감과 감정적 거리 두기를 유발했고, 이는 민주주의 확산에도 영향을 주었다.
범주 주요 내용
공동체 구조 신뢰 붕괴, 내부 분열, 침묵의 문화
사회적 낙인 유족 차별, 세대 간 불이익
정신 건강 만성 PTSD, 트라우마 전이
지역 발전 정책 소외, 경제 낙후
국가 관계 공권력 불신, 정치 냉소

 

3. 회복의 과정: 말하기에서 제도화까지


(1) 증언과 기록을 통한 ‘말하기’의 복원
     

      1990년대 이후 시작된 진상규명운동과 피해자 증언은 침묵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핵심적 계기가 되었으며,
이는 공동체 내 공감대를 형성하고 기억의 공동화 과정을 촉진하였다.

 

(2) 제도적 안전망 구축
     

      ‘제주 4·3 특별법’ 제정(2000), 정부 공식 사과(2003), 진상보고서 발간 등은 피해자에 대한 국가적 책임 인정을 공식화하며, 공동체의 제도적 회복 기반을 마련하였다.

 

(3) 기념 공간과 문화 자산화
   

       4·3 평화공원, 기념관, 4·3길 조성 등은 기억의 장소화를 통해 공동체 정체성을 재구성하며, 사건의 교훈을 관광 및 교육 자원으로 전환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4. 결론: 상생과 발전을 위한 조건

 


(1) 진실의 규명: 회복의 전제 조건

  • 정의롭고 투명한 진상 조사는 상생의 출발점이다.
    진실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화해는 오히려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 제주 4·3 특별법(2000) 제정, 진상조사보고서(2003), 대통령의 공식 사과(2003, 2018)는 이 과정의 일환이다.
  • 그러나 여전히 가해자에 대한 법적 책임 미비, 역사 교육의 부족 등은 ‘부분적 규명’이라는 한계를 남기고 있음.

■ 관련 이론: Transitional Justice (과거사 정의)

    : 진실(T)·정의(J)·화해(R)의 선순환이 필요하다.

 

(2) 정의의 실현: 회복적 정의 모델

  • 상생은 ‘사과’만으로 이뤄지지 않음.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가 필요하다.
    유족에 대한 법적 명예 회복, 적절한 보상, 공식적인 국가 배상 절차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 가해자 책임 부재 문제는 사회적 화해를 지연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 피해자 중심 접근이 지속될 때, 공동체 내부의 정의감과 연대 의식이 회복될 것이다.

■ 관련 이론: Restorative vs. Retributive Justice

   : 처벌 중심보다 회복 중심 정의가 공동체 치유에 효과적이다.

 

(3) 기억의 재구성: 집합기억의 공공화

 

  • 상생의 핵심은 기억을 공유하고 공공화하는 것에 있다.
    4·3 평화공원, 4·3 기념관, 4·3길 등은 기억의 장소화(Lieux de Mémoire)를 가능케 한다.
  • 젊은 세대가 사건을 역사적 정체성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국가 차원의 교과서 서술 강화, 지역 역사 교육 정규화가 요구된다.

■ 관련 이론: Collective Memory (Halbwachs), Memory Politics

 

(4) 지속가능한 공동체 회복

 

  • 단절된 공동체 회복에는 주민 주도적 참여가 핵심이다.
    마을단위 4·3 유족회 활동, 위령제 자율 운영, 지역 민간 기념사업 등은 민주적 회복의 사례로 들 수 있다.
  • 상향식 회복 거버넌스가 작동할 때, 책임의 분산과 연대의 활성화가 가능해질 것이다.

■ 관련 이론: Deliberative Democracy, Participatory Governance

 

(5) 발전으로의 전환: 평화 자산화(Peace Capitalization)

  • 과거의 고통이 단순한 기억에 머무르지 않고 문화·관광 자산으로 전환될 때, 공동체는 생존을 넘어 창조적 발전을 모색할 수 있다.
  • 4·3을 활용한 인권교육, 평화관광, 국제적 교류는 지역에 경제적 기회와 문화적 정체성을 동시에 제공하여야 한다.  
    단, 상업화가 기억의 왜곡이나 상품화를 유발하지 않도록 윤리적 조율 장치가 요구된다.

■ 관련 이론: Dark Tourism, Heritage Politics

 


    제주 4.3의 상생은 단순한 과거사 정리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정의, 기억과 문화가 살아 움직이는 복합적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오늘 하루, 잠시 시간을 내어 제주 4·3의 아픔에 귀 기울여 주시길 바란다.
 

    기억하고 말할 때, 비로소 치유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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